사람아, 이쯤서 - 김윤배
사람아, 이쯤서 - 김윤배 눈이 내렸던가 아득하다 아득히 눈이라도 내렸던가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던가 흰 뼈마디를 풀자면 눈이라도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앙다문 뼈마디에 꽃잎이라니 오지 않은 꽃잎으로 입춘도 며칠 지나 실없이 웃음 헤퍼지는 뼈마디, 오지 않은 꽃잎 맞이하자면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내려야 하는 것인가 뼈로 뼈를 채우던 긴긴 계절 눈이라도 오라 울었던가 그리하여 이제 경칩 가까이 바람조차 푸수수 가슴 헤쳐놓는 날 그 뼈마디들 완강한 침묵을 내려놓는다 하면 눈이라도 십년도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저 낡은 뼈마디마다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사람아! 이쯤서 내 뼈마디 풀어야 하는 것인가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 창비 내 몸의 중간숙주 - 김윤배 나는 날아가는 앵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