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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여관방 - 허수경

씁쓸한 여관방 - 허수경 꿈에도 길이 있으랴 울 수 없는 마음이여 그러나 흘러감이여 제일 아픈 건 나였어 그래? 그랬니, 아팠겠구나 누군가 꿈꾸고 간 배개에 기대 꿈을 꾼다 꽃을 잡고 우는 마음의 무덤아 몸의 무덤 옆에서 울 때 봄 같은 초경의 계집애들이 천리향 속으로 들어와 이 처 저 처로 헤매인 마음이 되어 나부낀다, 그렇구나! 그렇지만 아닐 수는 없을까 한철 따숩게 쉬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몸은 쉬고 간다만 마음은? 마음은 흐리고 간다만 몸은? 네 품의 꿈. 곧 시간이 되리니 그 품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고? 오오, 네 품에도 시간이 있어 한 날 낙낙할 때 같이 쓰던 수건이나 챙겨 어느 무덤들 곁에 버려진 꿈처럼 길을 찾아 낙낙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며 있으리라 *시집, 혼자..

한줄 詩 2015.03.02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 - 유승훈

요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기억에 남은 책이다. 소금은 꼭 필요한 것인데도 갈수록 주목을 받지 못하는 물질이다. 고헐압과 심장병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더욱 기피하는 겻이 소금이다. 천덕꾸러기가 된 요즘이야 소금이 넘쳐나지만 예전에는 소금이 아주 귀했다.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실감할 수 있게 소금의 역사를 아주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소금 같은 책이다. 그만큼 귀한 내용이다. 문화사에 관한 책 대부분이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 많은데 소금의 역사를 한국인 저자의 책으로 접한 것부터가 반갑다. 제대로 간이 된 이런 서적을 접할 때면 우리 사회에 좋은 저자가 왜 필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소금과 연관된 생활사를 기록한 내용은 아주 맛깔스럽다. 저자의 문장력..

네줄 冊 2015.03.02

정 주고 내가 우네 - 박진광

https://youtu.be/eY3E2RplaMo 정 주고 내가 우네 - 박진광 정든 님 사랑에 우는 마음 모르시나 모르시나요 무정한 당신이 내 마음 아실 때는 땅을 치며 후회하련만 어차피 가실 바엔 이름마저 잊으리 정 주고 내가 우네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정든 님 모습을 행여나 잊을 때엔 잊을 때에는 무정한 당신이 내 마음 꾸짖으니 야속하고 우울하련만 괴로움 남기시고 그대 어이 가려하오 첫사랑 고백하던 그 말씀을 잊으셨나요 #이 노래를 듣다보면 박진광의 가창력에 소름이 돋는다. 워낙 유명한 곡이어서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처음 불렀던 가수는 잘 모른다. 봄날은 간다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뽕짝이다. 대중 가요치고 가사도 그런대로 시적이어서 좋다. 박진광은 알려지지 않은 가수지만 가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두줄 音 2015.02.27

이발소 그림 - 최치언

이발소 그림 - 최치언 항구는 제 발바닥을 개처럼 핥고 있다 그곳에서 사내는 청춘의 한때를 비워냈다 높다란 마스트에 올라 바다가 밀려오고 나가는 날들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주파수로 고정했다 깊고 질퍽한 검은 장화의 날들이었다 아낙네의 치마는 바람에 돛을 키웠다 한가한 골목마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고무다라 속에 들어앉아 헤엄을 쳤다 용궁다방 찻잔들이 배달되고 사내는 더운 잔을 후룩 들이켰다 제 손금의 마지막 잔금을 탈탈 털어 마셨다 귓전에서 거대한 파도가 부서졌다 비탈진 둔덕에 염소를 키우고 밤새 비린 생선의 배를 따며 둔치의 허연 가시 속에서 파랑주의보를 지도처럼 펼쳐들고 그날 죽었던 친구와 영원히 이곳을 떠난 여자에게 양양전도한 뱃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아무도 전도하지 못한 부두의 교회당 목사는 방파제 끝..

한줄 詩 2015.02.26

인체재활용 - 메리 로치

아주 재밌게 읽었다. 추리 소설처럼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치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다. 이라는 제목도 참 잘 지었다. 명료하게 다가오면서 한편으로 아주 문학적인 제목이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기증된 시신으로 각종 실험을 하는 내용이다. 흔히 커대버(Cadaver)라고 하는 인간의 시체는 해부용으로 많이 사용되나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 커대버가 각종 연구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주름살 제거 수술을 할 때도 사전에 시신의 얼굴로 수술 연습을 하고 나서다. 레지던트들이 외과수술을 익히는 방법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들이 집도하는 수술 현장을 지켜보면서 익힌다. 그래서 유명 의사의 수술 현장에는 수술과 직접 관계 없는 이런 관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

네줄 冊 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