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여관방 - 허수경 꿈에도 길이 있으랴 울 수 없는 마음이여 그러나 흘러감이여 제일 아픈 건 나였어 그래? 그랬니, 아팠겠구나 누군가 꿈꾸고 간 배개에 기대 꿈을 꾼다 꽃을 잡고 우는 마음의 무덤아 몸의 무덤 옆에서 울 때 봄 같은 초경의 계집애들이 천리향 속으로 들어와 이 처 저 처로 헤매인 마음이 되어 나부낀다, 그렇구나! 그렇지만 아닐 수는 없을까 한철 따숩게 쉬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몸은 쉬고 간다만 마음은? 마음은 흐리고 간다만 몸은? 네 품의 꿈. 곧 시간이 되리니 그 품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고? 오오, 네 품에도 시간이 있어 한 날 낙낙할 때 같이 쓰던 수건이나 챙겨 어느 무덤들 곁에 버려진 꿈처럼 길을 찾아 낙낙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며 있으리라 *시집,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