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746

벼랑의 나무 - 안상학

벼랑의 나무 - 안상학 숱한 봄 꽃잎 떨궈 깊이도 쟀다 하 많은 가을 마른 잎 날려 가는 곳도 알았다 머리도 풀어헤쳤고 그 어느 손도 다 뿌리쳤으니 사뿐 뛰어내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신발만 벗으면 홀가분해질 것이다 *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실천문학사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

한줄 詩 2015.02.05

음식 문맹자, 음식 시민을 만나다 - 김종덕

요즘 모든 매체에서 음식에 관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 방송에서는 종일 먹는 장면을 중계한다. 소위 먹방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것도 대중들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에 광고가 많이 붙으니 방송사도 당연 먹방 제작에 열을 올린다. 먹방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렇게 먹고 어떻게 사냐다. 유튜브에서 인기라는 어떤 먹방은 출연자가 그 자리에서 몇 종류의 라면을 시식하면서 총 5인 분의 라면을 먹는 걸 보았다. 맛있다는 느낌에 군침이 돌기보다 저렇게 먹어도 괜찮나였다. 나도 식탐이 있는 편이지만 과식은 하지 않는다. 완전한 영양 균형은 아니더라도 편식 없는 소박한 식사에 가능한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편이다. 유명 맛집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 불원천리를 마다하고 맛집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되..

네줄 冊 2015.02.01

나는 삼류가 좋다 - 김인자

나는 삼류가 좋다 - 김인자 이제 나는 삼류라는 걸 들켜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는 자진해 손들고 나온 삼류다. 젊은 날 일류를 고집해 온 건 오직 삼류가 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더러는 삼류 하면 인생의 변두리만을 떠올리지만 당치 않은 말씀 일류를 거쳐 삼류에 이른 사람은 뭔가 다르다. 뽕짝이나 신파극이 심금을 울리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너무 편해 오래 입어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낡은 옷 같은 삼류. 누가 삼류를 실패라 하는가. 인생을 경전經典에서 배우려 하지 말라. 어느 교과서도 믿지 말라. 실전은 교과서와 무관한 것. 삼류는 교과서가 가르쳐 준 문제와 해답만으로는 어림 없는 것. *시집, 상어떼와 놀던 어린 시절, 여음 이의(異意) 신청 - 김인자 딱지를 발부 받고 이의 신청을 한 건..

한줄 詩 201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