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시림과 치 떨림 - 최준 네 살을 기억한다면 아흔네 살을 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첫사랑이 아프다면 마지막 사랑이 안 아플 리 없다 언덕에는 바람집이 있고 집주인인 바람의 발가락을 주무르는 하녀 안마사 나무가 있고 바람과 나무 사이를 통과하는 사람이 있다 발 시림과 치 떨림 그것이 어떻게 동시에 가능한지 네 살의 바람과 아흔네 살의 나무가 왜 함께 첫사랑을 아파하는지 마지막 사랑을 끝내 기다리는지 바람은 치를 떨고 나무는 발이 시리고 *시집/ 칸트의 산책로/ 황금알 슬로비디오 - 최준 겨울 강가를 걷다가 보았다 머리 위 버드나무에서 날개 퍼덕이는 새 한 마리 앙상한 나뭇가지가 된 발목이 묶여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검은 비닐봉지 아, 알겠다 지난여름 한 때 강물이 그 높이로 흘러갔던 것 상류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