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유시민 스토리 - 이경식

마루안 2022. 1. 6. 22:02

 

 

 

유시민이 쓴 책뿐 아니라 유시민이란 이름이 들어간 책은 가능한 읽으려 한다. 심지어 반대편 사람이 쓴 유시민을 비판하는 책도 읽는다. 한 사람에 꽂히면 그가 들어간 모든 매체를 탐닉하는 습관이 있다.

 

시인도 마찬가지다. 시가 가슴에 들어오면 그 시인의 이전 글을 빠짐없이 찾아 읽는 편이다. 지독한 활자 중독자이기도 하지만 대충 읽기보다 철저하게 읽으려고 한다. 아마도 리영희, 신영복 선생과 함께 유시민도 나를 중독시키는 저자다.

 

그의 책이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어디 가서 아는 체 하기 좋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작가 이경식이 쓴 유시민 평전이랄까. 아직 평전을 쓰기에는 유시민의 일생이 창창하지만 그래도 유시민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한 사람의 일생을 책 한 권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알았던 유시민의 길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 유시민이 쓴 책과 그가 미디어에서 말한 것을 토대로 인용문을 붙이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엮었다.

 

유시민을잘 몰랐던 사람도 어느 정도 유시민을 인식할 수 있게 썼다고 할 수 있다. 아! 그때 유시민이 그 일로 인해 엄청 논란이 있었지. 맞다, 이 문장을 읽은 기억이 난다 등, 유시민의 책을 다시 들춰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에너지는 슬픔과 노여움 그리고 부끄러움에서 나왔다." *<책 Why not?>에서. 나는 이 대목에 깊은 공감을 한다. 나뿐 아니라 이 문장에 공감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언감생심 그의 발끝도 못 따라가지만 책으로 그의 생각을 사숙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저자는 유시민의 생각을 따라 가다가 조국 사태에 관해 언급하기도 한다. 조국은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관심과 논란의 인물이었다. 유시민 만큼은 아니어도 나는 예전부터 그의 글과 행동에 관심이 있었다.

 

조국이 파렴치범에 죽일 놈으로 몰릴 때도 나만큼은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 난리를 겪고 난 후, 조국이 쓴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검찰 조직이 얼마나 비겁한지를 알게 되었다.

 

이순신과 세종대왕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듯이 만인에게 칭송이나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한 사람의 평가를 두고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이 있었을까. 조국을 언급하면서 저자 이경식은 이런 문장을 남긴다.

 

*조국 전쟁을 두고 누군가는 이런 비유를 했다. "도서관에서 A가 의자를 움직이면서 작은 소음을 내자 B가 A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때 A의 목적은 도서관을 정숙하게 유지하는 게 아니라 A에게 모욕을 주어서 도서관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인물 속에도 인간의 역사가 담겼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유시민을 비호감 인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의 유쾌한 싸가지가 한국 문화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유시민의 정치색을 빼고 순전히 작가로만 생각하고 책을 읽어도 그의 비호감이 이렇게 높을까?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유시민은 그 정치색 때문에 더 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