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락지 - 육근상 유품 정리하는데 흔한 금붙이 하나 나오지 않는다 자랑이라고는 웃을 때 살짝 보이는 어금니 금이빨이 전부였는데 그것도 몇 해 전 틀니로 갈아 끼워 오물오물 평박골 만드셨다 팔순에 손녀가 선물한 화장품도 새것으로 보아 바라만 보고 흡족해하셨나 보다 쪼그리고 앉아 호미질하는 것 좋아하시더니 꽃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었을까 귀퉁배기 깨진 밥그릇에 심은 꽃잔디가 마루까지 뻗어 있다 헌 옷가지며 먹다 남은 약봉지 태우다 물끄러미 장꽝 바라보니 남루를 기워 입어 한껏 차오른 달이 가락지인 양 고욤나무 빈 가지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무르팍에 얼마나 문질렀는지 반질반질하다 *시집/ 여우/ 솔출판사 여우 - 육근상 정월은 여우 출몰 잦은 달이라서 깊게 가라앉아 있다 저녁 참지 못한 대숲이 꼬리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