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 허림
섣달그믐 - 허림 안방 가득 속청태 쏟아놓고 콩을 고르는데 뜬금없이 어머이가 묻는다 얘야, 니가 올해 몇이냐 몇이냐고 묻는 사이 한 해가 갔다 *시집, 말 주머니, 북인 절 - 허림 아들 딸 구별 않고 애 들어스는 대로 아홉을 낳았다는 문경댁 열아훕에 시집 와 잠자리에 들어 낳기 시작했다는데 큰애가 예순 둘이니 더러는 두 살 터울이거나 연년생의 새끼들인데 정말 똥강아지처럼 싸우고 볶고 지지고 난리치다가도 밥상머리에선 죽기 살기로 들이밀고 눈물 찔찔 흘리며 학교 보내달라는 애를 눈 꽉 감고 알아서 벌어먹으라고 지게작대기로 후둘궈 내쳤다는데 한 녀석은 서울서 내려간다 하고 한 녀석은 대전서 출발해 충주 사는 즈 누이랑 같이 간다 하고 한 녀석은 즈 오래비랑 울산서 고속도로에 올렸다 하며 눈물덩이 절름발이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