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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 - 허림

섣달그믐 - 허림 안방 가득 속청태 쏟아놓고 콩을 고르는데 뜬금없이 어머이가 묻는다 얘야, 니가 올해 몇이냐 몇이냐고 묻는 사이 한 해가 갔다 *시집, 말 주머니, 북인 절 - 허림 아들 딸 구별 않고 애 들어스는 대로 아홉을 낳았다는 문경댁 열아훕에 시집 와 잠자리에 들어 낳기 시작했다는데 큰애가 예순 둘이니 더러는 두 살 터울이거나 연년생의 새끼들인데 정말 똥강아지처럼 싸우고 볶고 지지고 난리치다가도 밥상머리에선 죽기 살기로 들이밀고 눈물 찔찔 흘리며 학교 보내달라는 애를 눈 꽉 감고 알아서 벌어먹으라고 지게작대기로 후둘궈 내쳤다는데 한 녀석은 서울서 내려간다 하고 한 녀석은 대전서 출발해 충주 사는 즈 누이랑 같이 간다 하고 한 녀석은 즈 오래비랑 울산서 고속도로에 올렸다 하며 눈물덩이 절름발이 녀..

한줄 詩 2017.12.31

개념의료 - 박재영

이 책의 부제는 다. 병원은 가능한 안 가면 좋겠으나 살면서 어디 그게 쉬운가. 가기 싫은 곳이면서 병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 병을 낫게 해줄 거라는 의사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적절한 치료를 기대한다. 병원이나 질병에 관한 책이라면 딱딱하고 재미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은 아주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이유는 평소에 경험한 의료계에 관한 부조리와 문제점을 쏙쏙 꼬집어 내어 설명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논리적인 글솜씨도 한몫 한다. 글이란 쉬워야 한다. 설명을 하는 책일수록 교양있는 척 경어체를 써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이 책은 머리에 속속 들어오고 믿음이 간다. 현장에서 경험한 것과 오랜 관심에서 우러난 결과일 것이다. 예전에는 몸이 아파야 찾던 병원이지만 요즘엔 건강 검진..

네줄 冊 2017.12.28

연말에 지난 가을의 흔적을 보다

앙뜨완느 블랑샤르(Antoine Blanchard)는 파리의 거리 풍경을 지속적으로 그린 화가다. 1910년에 태어나 1960년대를 전후로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다. 딱 보면 누구 그림인지를 알 수 있는 특징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작품마다 비슷한 풍경이면서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림에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 중 특히 비 내린 가을 풍경을 좋아한다. 언제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그의 그림을 보다가 지난 가을의 흔적을 발견한다. 나의 추억에도 그런 흔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그랬다. 과거를 돌아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자신이 나이 먹었다는 증거라고,, 그런들 어떠리. 자꾸 지나간 날들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걸 어쩌겠는가. 심리..

다섯 景 201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