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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 김익진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 김익진 얼마나 멀리 가야 별이 될까 얼마나 멀리 가 있어야 별이 될까 얼마나 큰 이별을 해야 얼마나 긴 세월을 뒤돌아가야 별이 될까 살아가는 것일까 함께 죽어가는 것일까 너를 쫓아가며, 나는 죽어간다 차디찬 냉기 속에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시집/ 기하학적 고독/ 문학의전당 그때가 오면 - 김익진 별은 생을 조용히 마감하지 않는다. 온힘을 다한 후, 초신성으로 잠시 은하 속 별지에 머물지만, 결국 수백억 개의 별보다 장열하게 산화한다 태양도 칠십억 년 후쯤에 적색거성이 되어 껍데기가 날아갈 것이다 중심은 수축하여 백색외성이 된다. 그때가 오면 지구는 태양으로 빨려들던가, 껍데기와 함께 날아갈 것이다. 하늘에 가로등 하나가 꺼지고, 푸른 행성이란 공동묘지와 터미널은 폐쇄..

한줄 詩 2017.12.19

내 일요일의 장례식 - 이병률

내 일요일의 장례식 - 이병률 나의 일일 것이므로 나는 그것이 얼마만큼의 비극인지 모른다 달과 함께 묻힐 거라면 달은 어쩌면 내가 낳은 아이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내가 잠궈 내다버린 트렁크일 수도 하여 문득 나를 깨운 공기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내가 병을 이기지 못하여 어두운 거리를 기웃거리다 만난 아픈 이마일 수도 엊저녁부터 늦은 밤 사이 나를 관통한 현실일 수도 있어서 나는 누운 나를 애써 모른 체하고 내 온몸의 동굴 속을 빠져나가는 황량한 바람만을 생각하면 그뿐 그리하여 일생의 사랑은 선전될 것이나 나에 의해 원활하게나마 수거되기도 할 것이다 칠일을 다 살았다면 더 캄캄해도 아무 상관없지 않겠는가 한시절을 접고 장례식을 빠져나온 나는 관음증에 시달리지 않겠는가 구멍 속을 빠져나와 바람의 기운들..

한줄 詩 2017.12.19

감자꽃 - 김지연 사진 산문

얼마전에 사진전에 갔다 와서 읽게 된 책이다. 전시회도 좋았지만 나는 며칠 동안 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십에 접어 들어서 시작한 사진가의 길이 칠십에 완성된 것이라 해도 되겠다. 오랫동안 향기를 품은 들꽃 같은 사진집에 들어있는 글 또한 너무 시적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사진도 시적이다. 수많은 사전전을 봤지만 이만큼 시적인 사진을 본 적이 있던가. 그의 사진전이래야 첫 전시회였던 정미소와 이번 감자꽃뿐이지만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세상엔 널려 있는 시인 만큼이나 사진가도 널려 있다. 주말이면 값비싼 카메라에 유명메이커 아웃도어를 걸치고 떼로 몰려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일출이나 무슨 안개 자욱한 저수지 등이 그들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출사지다. 기계에 의존한 사..

네줄 冊 2017.12.18

그대 오늘은 어느 곳을 서성이는가 - 백창우

백창우 - 그대 오늘은 어느 곳을 서성거리는가 그대 오늘은 또 어느 곳을 서성거리는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세상 어느 곳을 기웃거리는가 늘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그대 그대가 찾는 건 무엇인가 한낮에도 잠이 덜 깬 듯 무겁게 걸어가는 그대 뒷모습을 보면 그대는 참 쓸쓸한 사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그대의 낡은 가방 속엔 뭐가 들었을까 소주 몇 잔 비운 새벽엔 무척이나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대 가끔씩은 그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그대 눈 속에 펼쳐진 하늘 그대 가슴 속을 흐르는 강물 바람인가, 그대는 이 세상을 지나는 바람인가 #음유 시인이란 바로 백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시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가사뿐 아니라 곡도 잘 쓴다. 그가 작사 작곡을 한 노래가 있..

두줄 音 2017.12.18

장사익 - 돌아가는 삼각지

#뽕짝의 전형을 보여주는 목소리다. 비 오는 날이나 아니면 안개 자욱한 창밖을 바라보며 들으면 더욱 가슴에 스며드는 노래다. 장사익 선생은 곧 칠순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고음에서는 고음대로 저음에서 저음대로 매력이 있는 목구성이다. 특히 이 노래에서 반주로 들어간 트럼펫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금속 악기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비탄에 젖은 애절함이랄까. 어딘가 슬픔이 담긴 장사익의 목구성과 잘 어울리는 음색이다. 유행가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또다른 생명력이 생긴다.

두줄 音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