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개념의료 - 박재영

마루안 2017. 12. 28. 19:51

 

 

 

이 책의 부제는 <왜 병원에만 가면 화가 날까>다. 병원은 가능한 안 가면 좋겠으나 살면서 어디 그게 쉬운가. 가기 싫은 곳이면서 병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 병을 낫게 해줄 거라는 의사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적절한 치료를 기대한다.

 

병원이나 질병에 관한 책이라면 딱딱하고 재미 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은 아주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이유는 평소에 경험한 의료계에 관한 부조리와 문제점을 쏙쏙 꼬집어 내어 설명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논리적인 글솜씨도 한몫 한다. 글이란 쉬워야 한다. 설명을 하는 책일수록 교양있는 척 경어체를 써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이 책은 머리에 속속 들어오고 믿음이 간다. 현장에서 경험한 것과 오랜 관심에서 우러난 결과일 것이다.

 

예전에는 몸이 아파야 찾던 병원이지만 요즘엔 건강 검진을 위해 찾고 장례식 조문을 위해서도 찾는다. 그만큼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사업이 아닌 부대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요즘 병원은 환자 치료를 하면 본전이고 건강한 사람이 예방 차원으로 검진하러 오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으로 인한 장례업으로 수익을 더 낸다고 말한다. 

 

의료보험의 도입부터 정착되기까지의 역사를 자세히 언급한 것도 많은 공부가 된다. 우리 건강보험이 비교적 모범적이긴 해도 보장율이 높지 않은 것도 지적하면서 전국민 의료보험 정착의 명암을 세세하게 기술했다. 그 장에서 의사의 리베이트가 어떻다는 걸 알았다.

 

말로만 듣던 의사들의 생존법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요즘 의사들이 새로 시행하는 문재인 캐어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집회가 자주 열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정당함이 심히 결여된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시위로 설득할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예전에 정부가 의약분업 정책을 실행할 때 의사와 약사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결사적으로 대립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보면 두 분야의 싸움에 국민만 피해를 보다가 어렵게 의약분업이 정착을 했는데 당시 의사도 약사도 모두 결사 반대를 했던 그 의약분업을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제도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 제도가 얼마나 약자 위주의 정책인가를 먼저 생각하면 된다. 이 책에서도 많은 의료계의 문제점이 강자들의 이해 타산에 초첨을 맞추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말한다. 적당히 균형감을 갖고 다루기는 했어도 전반적으로 그렇다. 개념의료, 이 책을 읽고 개념 의사, 개념 환자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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