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앤드루 조지 사진전 - 있는 것은 아름답다

마루안 2018. 2. 22. 21:29







작년 가을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열릴 때 가야지 했다가 기회를 놓쳤다. 전시 기간이 길었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덧 전시가 끝나버렸다. 이번 고양 어울림미술관 전시도 끝무렵에 봤다. 늘 미루다 놓치고 후회하는 것이 나의 못된 습관이다.


고양은 경기도에 있으나 내가 사는 신촌과는 교통편이 많아 같은 동네처럼 느낀다. 이 전시회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낸 사람들을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Andrew George)가 찍은 사진들이다. 그들이 인생을 정리하면서 작가와 나눈 대화도 함께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표정이 담담하고 때론 평온해 보인다. 떠날 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 오래도록 눈길이 간다.


<있는 것은 아름답다>란 전시 제목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영어 제목은 Right, Before I Die다. 이 제목이야 말로 이 전시에서 산 사람들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나도 전시장을 돌며 살아서 이런 공간에 서 있을 수 있는 내가 너무 감사했다.


사는 것이 미안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때다. 내가 행복해도 되는가? 이런 생각도 스친다. 건강하니 걸을 수 있고 맛난 것도 먹는다. 멀리서 봄이 오는 것을 느끼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찌 감사하고 미안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전시는 설명을 듣기보다 느껴야 한다. 저들이 입고 있는 환자복은 죽어야 벗는다. 외출복은 필요없다. 곧 고단한 인생을 끝내면 환자복을 벗고 수의로 갈아 입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입지 못하고 누군가 입혀 줄 것이다.


누가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했는가. 가 본 사람 만난 적 없으니 의심이 간다. 아니 믿지 않는다.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사는 것이 좋다. 그래서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억대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내 의지로 오지 않은 세상이지만 아직 그런대로 살아있으니 여기가 바로 천국 아니겠는가. 오래 기억에 남을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