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낯선 - 김정수
낯선 곳에서, 낯선 - 김정수 내 방 동쪽에 조그만 창문 하나 나 있고 햇살은 물 속의 유리막대처럼 휘어져 들어온다 나도 투명하게 휘어져 있다 늦은 아침 길게 연기를 매단 산 아래의 굴뚝들 집 한 채씩 소유하고 있다 늦게 싹을 틔운 나도 미끈한 굴뚝 소유하고 싶었지만 비탈진 골목 벗어나기도 전에 자빠지곤 했다 산 위에서 시작한 삶은 산 위에 머물렀다 산 아래서 시작한 삶도 한 번 올라오면 물처럼 밑으로 흐를 수 없었다 저기 또, 뿌리 잘린 사람들 무리 지어 올라온다 몇 번 자빠진 후에야 비탈진 길에 익숙해지리라 하늘을 다 가진 창문으로 햇살이 휘어져 들어오고 오늘도 죽어야 산 위에 오르는 무리 속으로 향한다 *시집, 서랍 속의 사막, 리토피아 목수 - 김정수 그는 목수였다. 60평생 60십 채가 훨씬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