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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인이다

나는 어머니를 꼭 닮았다. 다른 식구들이 아버지를 닮아 비교적 잘 생겼으나 큰누나와 나는 어머니를 닮았다. 유독 내가 어머니와 판박이다. 잘 생긴 큰형과 비교해 외모가 빠진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어머니가 야속할 때도 있었다. 나를 낳은 어머니는 죄가 없다. 나는 어머니를 파먹고 살았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고 눈물도 자주 흐르게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다. 왜 그렇게 모질게 말해야 했을까. 그런 말을 가슴으로 삭히며 속이 뭉그러졌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울컥 한다. 나를 세상에 내 놓은 어머니는 죄가 없건만 나로 인해 죄인처럼 살았다. 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면서 평생 황소처럼 일만 하다 떠났다. 나는 오래도록 벌을 받을 것이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이때즘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좀더 불행해져야..

열줄 哀 2018.11.03

추억의 연장전 - 이은심

추억의 연장전 - 이은심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습관적으로 걷어차이는 공이 비에 젖어 떨고 있다 오직 그리움의 방향으로만 내달리는 내 습관도 골대 밑 작은 발자국들과 함께 젖는다 던지고 받아 안으면서 지는 쪽만 응원하다 목이 쉰 응원가처럼 먼지 위를 굴러도 그게 사랑이라고 네가 떠난 후에야 누가 일러주었다 담을 넘어 기어이 가버렸으면 가다가 돌아왔으면 반반으로 나뉜 마음은 사나흘쯤 증발되었다가 반드시 돌아와 유리창을 깨고 좌충우돌 승부가 뻔한 이 싸움터의 후미진 곳에서 너도 나처럼 바람 빠져 있는 게 아닐까 날자마자 떨어지는 털 빠진 독수리의 궁리가 허공에 목을 매고 고단한 건 아닐까 열광과 야유를 굴려온 운동장엔 어디를 빗맞고 멀리 가던 중이었는지 여기로부터 사라지는 중이었는지 악수를 나눈 추억이 주춤주춤..

한줄 詩 201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