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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를 넘어가도 - 김점용

너머를 넘어가도 - 김점용 -꿈 70 한여름에 낯선 어촌에 갔다 바다가 있고 산을 넘으니그곳은 겨울이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 있다 몹시 가파른 언덕길을 버스를 몰고 가다가 다 넘지 못하고 후진으로 내려오는데 친구가 그 너머가 진짜 절경이라고 말해준다 가볼까 가볼까 고민하다가 액셀러레이터를 거칠게 밟았다 바다가 보이고 몽정을 했다 오빠 잘해줄게 놀다 가아, 미끈한 다리를 보면 몸뿐인 동정(童貞)이 귀찮기만 했다 처럼 언제나 너머는 있었는데 너머를 넘어가도 너머였는데 그러니까 너머는 늘 이쪽에 있었는데 들끓는 몸과 마음 가볼까, 가봐도 없었잖아, 그래도 가봐야지 언제나 침묵으로 남아 있는 자리 조용히 무덤 하나 생기는 자리 너머는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문학과지성 공포는 - 김점용 -꿈 ..

한줄 詩 2018.10.26

가을, 가로수 - 남덕현

가을, 가로수 - 남덕현 수명을 다한 바람이 무덤을 찾아드는가 시리고 눈물이 난다 내 눈이 바람의 무덤이라니 낡은 눈이 이런 쓸모가 있다 나무도 바람의 무덤인가 삭풍 불기 전 봄에 태어나 가을에 죽는 행복한 바람들 저 춤추는 잎들의 흥겨운 조문 나무마다 호상이구나 *시집/ 유랑/ 노마드북스 가을 - 남덕현 풀잎 순해져 손 베일 일 없고 이슬은 끈적이지 않아 좋아라 탁하지 않은 칠흑 속에서 달 없이 물빛 홀로 맑다 한 차례 더 비 내려 짙은 여름 꽃물 다 빠지면 색 바랜 셔츠에서 낡은 갈색 단추 하나 떨어지려나 툭, 하고 가을이려나 *시인의 말 난폭한 폭풍의 밤이다. 밖에 있으면 죽고, 안에 있으면 산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알량한 지붕과 벽 따위가 안과 밖의 경계라니, 삶과 죽음의 경..

한줄 詩 2018.10.26

박이소 특별전 - 기록과 기억

지난 여름부터 간다간다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를 못했던 전시회다. 전시 기간이 짧으면 끝나기 전에 서둘러 가게 되는데 다소 긴 전시회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게 된다. 현대미술관이 멀리 있기도 하지만 바람이 선선해지면 가야지 했던 것도 있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외진 곳에 미술관을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복궁 옆에 있는 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자주 가는데 반해 과천관은 아주 큰맘을 먹지 않으면 발걸음을 하지 않게 된다.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도 있거니와 그 영화 촬영을 위한 셋트장이 아니고서야 그 구석진 자리에 미술관을 지어야 했을까. 박이소 전시회는 올해 관람한 전시회 중에 최고라 해도 될 정도로 박이소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거창한 전시회라도 ..

여덟 通 2018.10.26

일본적 마음 - 김응교

몇 명의 일본인 친구가 있다. 나는 일본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친일파다. 이 책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일본에 대한 미움은 일본 사람을 경험하면서 점점 사그러들었다. 몇 번의 일본 여행에서 일본을 좋아하는 마음이 굳어졌다. 요즘 일본의 극우 인사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마음에 들지 않으나 일본 문화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라는 책 제목이 참 좋다. 내용도 실제 일본에서 공부하고 밥을 벌었던 경험과 사색에서 우러나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어쩌면 내 생각과 이렇게 같을까 등 내내 공감이 가는 내용을 따라 가며 흥미롭게 읽었다. 첫장에 실린 와비사비 미학은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내가 영국에 살 때 윗층에 살았던 일본인 커플도 그랬다. 가난하리만치 ..

네줄 冊 201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