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를 넘어가도 - 김점용
너머를 넘어가도 - 김점용 -꿈 70 한여름에 낯선 어촌에 갔다 바다가 있고 산을 넘으니그곳은 겨울이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 있다 몹시 가파른 언덕길을 버스를 몰고 가다가 다 넘지 못하고 후진으로 내려오는데 친구가 그 너머가 진짜 절경이라고 말해준다 가볼까 가볼까 고민하다가 액셀러레이터를 거칠게 밟았다 바다가 보이고 몽정을 했다 오빠 잘해줄게 놀다 가아, 미끈한 다리를 보면 몸뿐인 동정(童貞)이 귀찮기만 했다 처럼 언제나 너머는 있었는데 너머를 넘어가도 너머였는데 그러니까 너머는 늘 이쪽에 있었는데 들끓는 몸과 마음 가볼까, 가봐도 없었잖아, 그래도 가봐야지 언제나 침묵으로 남아 있는 자리 조용히 무덤 하나 생기는 자리 너머는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문학과지성 공포는 - 김점용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