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나는 죄인이다

마루안 2018. 11. 3. 22:07

 

 

 

 

 

 

나는 어머니를 꼭 닮았다. 다른 식구들이 아버지를 닮아 비교적 잘 생겼으나 큰누나와 나는 어머니를 닮았다. 유독 내가 어머니와 판박이다. 잘 생긴 큰형과 비교해 외모가 빠진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어머니가 야속할 때도 있었다.

 

나를 낳은 어머니는 죄가 없다. 나는 어머니를 파먹고 살았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고 눈물도 자주 흐르게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몰랐다. 왜 그렇게 모질게 말해야 했을까. 그런 말을 가슴으로 삭히며 속이 뭉그러졌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울컥 한다.

 

나를 세상에 내 놓은 어머니는 죄가 없건만 나로 인해 죄인처럼 살았다. 나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면서 평생 황소처럼 일만 하다 떠났다. 나는 오래도록 벌을 받을 것이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이때즘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좀더 불행해져야 한다.

 

 

 

 

Forever - Steve Rainman

'열줄 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가라 이 년, 그 연  (0) 2018.12.30
오래된 정물화의 운명  (0) 2018.12.15
왜 한글날만 되면 야단인가  (0) 2018.10.09
도배를 마치고  (0) 2018.09.20
시샘이 남편 잡는다  (0) 2018.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