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근육 - 류근 내게서 한 걸음도 달아나지 못하고 일없이 왔다 가는 밤과 낮이 아프다 며칠씩 눈 내리고 길은 홀연 내 안의 굽은 등성이에서도 그쳐 여기서 바라보면 아무런 뜻도 아닌 열망과 그 너머 자욱한 추억의 첩첩 도끼 자국들 내 안의 저 게으른 중심에 집도 절도 없이 가로누운 뼛조각 환하고 이제 어디로든 흘러가 몸 풀고 싶은 옛사랑 여기 참 어둡고 변방까지 몰린 시간이 오래도록 누워 사는 생각의 지붕들 위에 낮은 키로 쌓인다 눈 맞은 나무들이 고스란히 제 생애의 무게를 향해 손을 내밀 때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존재의 저, 광활한 배후 *시집,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