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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근육 - 류근

고독의 근육 - 류근 내게서 한 걸음도 달아나지 못하고 일없이 왔다 가는 밤과 낮이 아프다 며칠씩 눈 내리고 길은 홀연 내 안의 굽은 등성이에서도 그쳐 여기서 바라보면 아무런 뜻도 아닌 열망과 그 너머 자욱한 추억의 첩첩 도끼 자국들 내 안의 저 게으른 중심에 집도 절도 없이 가로누운 뼛조각 환하고 이제 어디로든 흘러가 몸 풀고 싶은 옛사랑 여기 참 어둡고 변방까지 몰린 시간이 오래도록 누워 사는 생각의 지붕들 위에 낮은 키로 쌓인다 눈 맞은 나무들이 고스란히 제 생애의 무게를 향해 손을 내밀 때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존재의 저, 광활한 배후 *시집,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

한줄 詩 2018.10.29

한 고전주의자의 독백 - 홍신선

한 고전주의자의 독백 - 홍신선 밭두둑에 심은 작두콩 가녀린 넝쿨이 쥐엄 쥔 손을 펴 새벽 허공을 끌어당긴다. 그리곤 버팀대 놔두고 굳이 제 옆 무녀리 넝쿨의 어깨를 짓누르고 한 발짝 더 올라선다. 남의 야윈 등짝을 사이코패스처럼 찍어 누른 그 손발을 나는 슬그머니 치워 준다.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자유가 아니지. 남의 파리한 등줄기 찍어 누른 게 이념은 아니지. 괴춤을 부여잡고 공중변소 앞인 듯 긴 줄 선 방동사니들이 어쩌랴 바로 그런 게 삶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생각 비켜 주는 이 아침을 나는 입안에 몇 마디 물었다 뱉는다. 허공을 끌어내린 쥐엄질하던 어린 손 이번엔 햇살 속을 더 기막히게 헤집어 까드는데······ *시집/ 직박구리의 봄노래/ 출판그룹파란 상강 - 홍신선 석축 틈이 불편해도 ..

한줄 詩 2018.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