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국화 몇 잎 - 황동규
마른 국화 몇 잎 - 황동규 다 가버리고, 남았구나 손바닥에 오른 마른 국화 몇 잎. 짧은 가을이 갔다. 떨어진 나뭇잎들 땅에 몸 문지르다 가고 흰머리 날리며 언덕까지 따라오던 억새들도 갔다. 그대도 가고 그대 있던 자리에 곧 지워질 가벼운 나비 날갯짓처럼 마른 국화꽃 내음이 남았다. 우리 체온이 어디론가 가지 못하고 끝물 안개처럼 떠도는 골목길에 또 잘못 들어섰다든가 술집 주모 목소리가 정말 편안해 저녁 비 흩뿌리는 도시의 얼굴 그래도 참을 만하다든가 그대에게 무언가 새로 알릴 거리 생기면 나비 날갯짓 같은 이 내음을 통해 하겠네. 나비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가서 폭풍을 낳는다고도 하지만 가을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지는 마시게. *시집, 사는 기쁨, 문학과지성 이 저녁에 - 황동규 마을버스에 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