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차리고 싶다 - 고성만 햇살이 뽀얗게 불어터진 젖 물리면 내가 좋아하는 숙자와 이사 가고 싶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동네 작은 방 얻어 들어가고 싶다 떠돌이 악사와 그 애인이 밤새 다투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 키들거리는 소리 서울행 열차가 우르르 지나가는 기찻길 옆 퉁퉁 분 오줌보 비우려 밖으로 나서면 반짝이는 잔별들 한 시절 곱게 늙어가는 약국 고소한 냄새 풍기는 빵집이 있는 네거리 하루하루 쫓기는 탈주범처럼 중고 제품 판매 구인 구직 급전 대출 아르바이트 모집 생활 광고지 죄다 뒤져 살림 차리고 싶다 눈도 코도 오목조목한 숙자와 함께 알록달록 고운 그릇들 장난감 같은 가재도구들 "아이 예뻐!" 호들갑에 맞춰 근사한 미소 흘리며 까짓것 한 번 사는 인생, 큰소리치면서 이불장 빨래걸이 앉은뱅이상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