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속도 - 복효근 주걱모양 조각도처럼 꽃잎이 허공을 조금씩 파고 있다 파인 허공 미세한 가루로 흩어져 날리지만 너무 고와서 나비의 눈을 가리지 않는다 빽빽한 공기가 파여 나가고 빛 조각 분분하다 부서진 빛 가루를 제 몸에 갖다 붙이며 꽃잎이 자란다 조각도가 허공을 파는 소리를 한순간에 몰아놓으면 천둥소리가 날 것이므로 그러면 수많은 벌이 길을 잃을 것이므로 달이 채워지는 속도로 제 몸에 딱 맞는 크기의 허공에 꽃은 꽃을 채워놓는다 저마다 속도를 맞추는 별이 달라서 어떤 꽃은 안드로메다의 별에 제 눈을 맞춰두고 핀다 그리고 다시 잠시 빌렸던 허공을 허공으로 채워놓기 위해 햇빛에게 빌린 것 햇빛에게 어둠에 빚진 것 어둠에게 돌려준다 다녀가는 나비가 발을 헛디디지 않게 그 자리를 메꾸는 소리에 아무도 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