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채집 - 윤향기 나비를 수집하러 팔라우, 페낭, 마다가스카르에 온 적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열대로 치장한 나비들이 비린내가 날 때가 있듯이, 모든 나비들이 번개의 엽록소를 탁본하지는 않는다 날개 달린 뱀들이 떼 지어 지나는 곳에서 곧잘 목이 메는 황금색을 채록하는 것은 누군가 흘리고 갔을 눈물 하나 줍는 일이다 누군가 흘리고 갔을 이름 하나 줍는 일이다 그리하여 나비가 꽃잎을 박차고 장자의 산맥을 넘어갈 때 날개를 먹이와 바꾼 어떤 떨림은 살아서는 발굴되지 못할 이름 모를 계곡에 뒤태를 묻고 가슴을 문질러 젓대를 불던 어떤 춤사위는 살아서는 발굴되지 못할 늪지에 앞태를 묻는다 천 년 전 별이 쓸린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아 이 세상에 와서도 바오밥나무 몇 잎은 가늘게 흐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