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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 백성민

독백 - 백성민 씹어 삼키지 못할 전생의 내 업이 현세의 지게위에 많이도 얹혔구나. 밤마다 이고 진 어둠이 무거워 오척 단구도 뉘일 곳 없고 뼈 갈아 혈청에 타 마시는 비루한 내 정신이여. 천지 사방 불 밝힌 저 어둠은 내 육신의 한종지 기름이요 광음한 저 소란은 피 토하는 절규인가. 자고 깨고 먹고 마시고 웃고 울고 한갓 헛된일에 불과한 것을 나는 모든것을 버려야 한다. 웃음과 울음과 슬픔과 분노 먹고 마시고 토하고 배설하는것. 또한 이 모든것을 자각하는 내 권태로운 정신마저도 돌아라 세상에 자전의 축위에서 하나의 생명 하나의 별이 저 먼 우주 속에서 떨어질 때까지 *시집, 이등변 삼각변의 삶, 삼한출판사 자화상 - 백성민 이십이 약관이요. 삼십이 미명이라 내림의 고비 넘어선지 하룻날에 백발이 춘곤하고..

한줄 詩 2018.12.09

천년 뒤의 노을 - 서규정

천년 뒤의 노을 - 서규정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우리에게 내민 것은 먼데서 떠내려 오던 지푸라기 한 올이겠지 절대 놓치지 말자 강물도 역사도 지푸라기를 잡고 따라가거든 모래와 자갈 넘쳐나는 사실들로 강이 부석거릴 땐 깊은 수심을 산 물고기가 갈매기로 날아오르는 순간이 있다 물론 뻥이다 다만 이토록 붉은 속눈썹들 늘 뻥만 치던, 노을이라는 大뻥에 속아 과연 무엇을 살다 떠났느냐 우리가 우리에게 물어야할 고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시집, , 작가세계 사람, 들 그리고 꿈, 틀 - 서규정 워낙 희한한 인간들이 많이 나타나 부처와 예수를 가르친다는 그 말, 맞는 것 같다 신념을 내세워 놓고 왜 스스로 신념의 노예가 되어 살까 그 크고 넓다는 정의는, 개인용도일 뿐이다 바위 속에서 작은 망치로 자장자장 꺼낸 ..

한줄 詩 2018.12.09

대한민국 독서사 - 천정환, 정종현

요 며칠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다소 두껍지만 무척 흥미롭게 읽히는 교양서다.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박사 천정환, 한국학 전문가인 정종현 두 지성인의 역작이다. 한 사람이 완성하기에는 너무 영역이 넓기에 잘 조화된 집필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기회가 공평하지 않았던 훈장 어른을 모시고 공자왈 맹자왈 하던 시대라면 모를까 문맹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요즘에도 독서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물며 글을 깨우치지 못한 사람이 많았던 옛날은 오죽했을까.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부터가 자기 이름자 겨우 알아볼 정도로 문맹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생전에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여자가 배우면 팔자가 사나워진다고 외..

네줄 冊 2018.12.09

중고품 늦가을 - 홍신선

중고품 늦가을 - 홍신선 이 시절 스캔들 하나 없는 나날이란 맹탕이 아니냐고 일탈 없이 굴러온 생이란 떨그럭대는 찌그러진 깡통 아니냐고 때 아닌 늦가을 웃비 가고 난 이제도 자폭인 듯 길옆 배수로 물 고인 진창으로 뛰어내리는 치들이 있다. 짓이겨지고 흙탕물 뒤집어써도 툭, 툭 무작정 뛰어내리는 낯꽃 꺼진 중고의 녹슨 낙엽들 그래도 외따로 내가 이 한철을 옆에 끼고 질탕하게 노는 것은 저 11월 하늘가에 자우룩이 뜬, 뭇 나무에서 쓰나미 덮친 듯 큰 사태나 쏟아지는 일탈과 스캔들 때문이다. *시집, 삶의 옹이, 문학선社 버지니아 울프는 세월을 읽는다 - 홍신선 늦여름 저녁의 하늘 끝 구름들 붉은 도랑물 속에서 이웃집 또래들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잡으려 했던, 아무리 양 손아귀에 힘껏 움켜쥐어도 씨알 굵은..

한줄 詩 201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