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독백 - 백성민

마루안 2018. 12. 9. 22:20

 

 

독백 - 백성민

 

 

씹어 삼키지 못할 전생의 내 업이

현세의 지게위에 많이도 얹혔구나.

밤마다 이고 진 어둠이 무거워

오척 단구도 뉘일 곳 없고

뼈 갈아 혈청에 타 마시는 비루한 내 정신이여.

 

천지 사방 불 밝힌 저 어둠은

내 육신의 한종지 기름이요

광음한 저 소란은 피 토하는 절규인가.

자고 깨고 먹고 마시고 웃고 울고

한갓 헛된일에 불과한 것을

나는 모든것을 버려야 한다.

웃음과 울음과 슬픔과 분노 먹고 마시고 토하고 배설하는것.

또한 이 모든것을 자각하는 내 권태로운 정신마저도

 

돌아라 세상에

자전의 축위에서 하나의 생명 하나의 별이

저 먼 우주 속에서 떨어질 때까지

 

 

*시집, 이등변 삼각변의 삶, 삼한출판사

 

 

 

 

 

 

자화상 - 백성민

 

 

이십이 약관이요.

삼십이 미명이라

내림의 고비 넘어선지 하룻날에

백발이 춘곤하고

신색이 추토하니

모양 모양 생김새가 흉노와 같도다.

홍안의 미소년은 간곳이 없고

채경에 비친 모습이 야노작삼 흉노와 같구나.

좋도다. 흥겨운 젊은날은 가을의 바람결에 묻혀가고

남은 것은 야차 짐승

금수 같은 모습이니

고두 백배 절을 하며 먼 길 세상 떠나 볼까.

 

 

 

 

# 백성민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1980년 <청담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등변 삼각변의 삶>, <죄를 짓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워킹 푸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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