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례식 - 정훈교 겨울 장례식 - 정훈교 당신이 아침부터 와서는 소리 없이 갔다, 첫눈 저녁에 한 번 뜨거웠다 하얗게 갔다, 연탄 고요를 쓸고도 남을, 바람 평행을 달리다가도, 지붕에 닿으면 무너지는 햇살 처녀 때도 못 타본 꽃가마를 이제야 타고, 상여 무너져내리는 허공을 딱 자기 키만큼 떠받치고 있.. 한줄 詩 2018.12.17
변명이 없는 병명 - 김연종 변명이 없는 병명 - 김연종 아무도 그 병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누구든지 변명할 수 있었다 뚜렷한 징후가 없어 모두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장 아늑한 방법은 산소 결핍에 의한 나르코시스라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담벼락의 경고를 힐끔거리.. 한줄 詩 2018.12.17
종이 거울을 보는 남자 - 황학주 종이 거울을 보는 남자 - 황학주 흰 도화지를 둥글게 오려 벽에 붙였다 집 앞에 떠있는 예쁜 섬들의 이름도 외우지 않는 나는 이제 누구의 마음도 훔치고 싶지 않아 때마침 내 안의 멍울에서 우러 나오는 노을빛을 바라보는 것인데, 내가 훔치고 싶은 건 허공의 내 얼굴 가볍고 낡은 악기 .. 한줄 詩 2018.12.17
두 평의 방 - 최준 두 평의 방.1 - 최준 -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저 블럭 담장 위 제 몸을 초개같이 갈갈이 부숴 최종 수비라인 이루는 뾰족 유리조각들 너머 내 꺼 아닌 세상에서 훌쩍 허락 없이 월담해 들어오는 햇빛 좀 봐 그래도 살지 않을래? 죽음을 꿈꾼 아침 패널 속의 낙타가 사막을 걸어가는 두 평의 .. 한줄 詩 2018.12.17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최서림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최서림 드디어 귀향 한다고 해방된 듯이 그대는 수다스럽고, 나는 부러워하면서도 왠지 쓸쓸하게 손을 흔들어 떠나보내네. 빈손으로 귀촌 한다고 쫓기듯 서울에서 빠져나간다고 낮달같이 희미하게 웃는 그대를 보내고 낙엽 진 거리의 플라타너스처럼 우두커니 서.. 한줄 詩 2018.12.16
참 따뜻한 주머니 - 박소란 참 따뜻한 주머니 - 박소란 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 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 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 들고 값.. 한줄 詩 2018.12.16
I'd love you to want me - Lobo When I saw you standing there I 'bout fell out my chair And when you moved your mouth to speak I felt the blood go to my feet Now it took time for me to know What you tried so not to show Something in my soul just cries I see the want in your blue eyes Baby, I'd love you to want me The way that I want you The way that it should be Baby, You'd love me to want you The way that I want to If you'd o.. 두줄 音 2018.12.16
불면 박철영 불면 박철영 세상이 어둠으로부터 고요해지기 시작하는 두 시부터 설친 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가슴에 담아야만 끝날 것이다 시간 속을 스치고 간 사람들의 눈빛 온전히 담아 오지 못한 채 이 밤 잠 못 드는 이들 참 많을 거란 생각해 본다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스스로 여명이 되지 못해 떠돌다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눈언저리만 밝힌다 *시집, 월선리의 달, 문학들 겨울 실상사 박철영 한 해를 기어이 넘기는가 억겁의 눈발에 가부좌를 튼 철제여래좌상의 묵언수행 삼층석탑 모서리의 귓불이 죄다 헐어 있다 풍경 소리 적요한 가람 터를 둘러보다 소식이 급해 바지를 뒤집으며 버림이 헛됨이 아님을 알았다 똥이 소중한 생명을 만든다니 깨달음은 비움에서 시작되는가 바지춤을 추스르고 나와 해탈교에 섰는데 문득 다가오는 풍경들.. 한줄 詩 2018.12.16
오래된 정물화의 운명 요즘 늙은이 취급을 당한다. 불과 너댓살 아랫것들이 모임에서 그런다. 선배님 그만 안 들어가세요? 내가 너무 눈치 없이 앉아 있었나? 그들은 지갑이 필요할 때만 선배가 있다. 생각 같아서 그냥 나오고 싶지만서도 계산을 해주고 나왔다. 이 씁쓸함, 이 쓸쓸함 열줄 哀 2018.12.15
문 닫은 상점의 우울 - 이설야 문 닫은 상점의 우울 - 이설야 나는 집 나간 고양이 문 닫은 상점의 우울을 즐기는 나는 뚱뚱한 개 새끼 아무거나 처먹고 검게 탄 인형을 토하는 내가 낳은 그림자를 뭉개며 막차를 쫓는 나는 깜깜한 아버지의 온도 가질 수 없는 사랑만 골라 하지 나는 네 발로 뒤로 걷는 수수께끼 두 발로.. 한줄 詩 201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