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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박철영

불면 박철영 세상이 어둠으로부터 고요해지기 시작하는 두 시부터 설친 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가슴에 담아야만 끝날 것이다 시간 속을 스치고 간 사람들의 눈빛 온전히 담아 오지 못한 채 이 밤 잠 못 드는 이들 참 많을 거란 생각해 본다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스스로 여명이 되지 못해 떠돌다 잠들지 못한 사람들의 눈언저리만 밝힌다 *시집, 월선리의 달, 문학들 겨울 실상사 박철영 한 해를 기어이 넘기는가 억겁의 눈발에 가부좌를 튼 철제여래좌상의 묵언수행 삼층석탑 모서리의 귓불이 죄다 헐어 있다 풍경 소리 적요한 가람 터를 둘러보다 소식이 급해 바지를 뒤집으며 버림이 헛됨이 아님을 알았다 똥이 소중한 생명을 만든다니 깨달음은 비움에서 시작되는가 바지춤을 추스르고 나와 해탈교에 섰는데 문득 다가오는 풍경들..

한줄 詩 201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