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후가 끝날 무렵 - 강재남 유독 무덤가에서 누구에게 무례하다 누구에게 친절하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 늙어야하고 태양은 죽지 않아야 한다 오후에 나는 늙었고 태양은 죽지 않았으므로 신경안정제 한 움큼 털어 넣는다 물푸레나무가 한 뼘 자란다 물푸레나무는 철학적이어서 어떤 물음과 대답이 공존한다 불규칙한 무늬를 입은 상냥한 그 여자, 입술이 붉다 입술에서 입술로 환승하는 나는 요망스런 계집, 아무도 죽지 않은 무덤에서 편지를 쓴다 마른 꽃편지를 받으면 반드시 죽은 이름을 불러야할 이유는 없다 상냥한 그 여자와 여자들 입술이 부풀고 부푼 입술에서 뒷담화가 핀다 아름다운 생장력을 가진 치명적인 꽃, 꽃잎을 뜯어 혀에 심는다 오후에 나는 늙었고 태양은 죽지 않았으므로 햇살 한 움큼 털어 넣는다 붉은 꽃술에 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