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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법 지구법 선언 - 코막 컬리넌

이 책은 20세기 지성이자 최고의 생태신학자였던 토마스 베리(Thomas Berry)가 제창한 지구법을 법학자인 저자가 구체적 대안을 새롭게 제시하는 책이다.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술술 읽히지 않고 자주 쉬면서 읽었다. 읽다가 앞부분과 맥이 끊기면 다시 돌아가 읽기를 반복해서 완독이 다소 오래 걸렸다. 내용은 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야생의 법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거니와 그 대안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서 조금 막막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이다. 야생의 법(Wild Law), 혹은 지구법은 지구와 지구 환경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우주의 역사로 보면 인간 또한 지구에 사는 생물 한 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편리함만을 쫓으며..

네줄 冊 2018.12.12

컴, 투게더 - 신동일

잔잔하면서 울림이 큰 영화다. 제목이 좀 아쉽지만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영화가 감동적이면 감독이 궁금해진다. , , 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신동일이라는 이름은 각인되지 않았으나 영화는 모두 인상적이다. 나와 코드가 맞는 감독이라고 할까. 18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남편 범구(임형국), 매일 생존경쟁을 벌이며 불법영업도 마다하지 않는 카드회사 영업직원인 아내 미영(이혜은), 재수생인 딸 한나(채빈)는 대학입시 추가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실업자가 된 범구는 자존심 때문에 바깥 출입도 하지 않다가 윗층 남자가 실업자임을 알고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는다. 미영은 카드 실적으로 경쟁 직원과 갈등을 벌이고 불법 영업이 탄로나서 영업소장에게 경고를 받는다. 딸 한나는 압박감 때문에 합격했다는 ..

세줄 映 2018.12.11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이진명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 이진명 김노인은 64세, 중풍으로 누워 수년째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 아내 박씨 62세, 방 하나 얻어 수년째 남편 병수발한다 문밖에 배달 우유가 쌓인 걸 이상히 여긴 이웃이 방문을 열어본다 아내 박씨는 밥숟가락을 입에 문 채 죽어 있고, 김노인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급차가 와서 두 노인을 실어간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거동 못해 아내를 구하지 못한, 김노인은 병원으로 실려가는 도중 숨을 거둔다 아침신문이 턱하니 식탁에 뱉어버리고 싶은 지독한 죽음의 참상을 차렸다 나는 꼼짝없이 앉아 꾸역꾸역 그걸 씹어야 했다 씹다가 군소리도 싫어 썩어문드러질 숟가락 던지고 대단스러울 내일의 천국 내일의 어느날인가로 알아서 끌려갔..

한줄 詩 2018.12.11

백색의 이면 - 임봄

백색의 이면 - 임봄 길들여지기를 거부한 늑대, 너는 몽골에 두고 온 바람천막이다 야생의 독을 감추고 굶어 죽은 전갈의 전생이다 먼 곳의 말발굽 소리를 기억하는 등불 새로 걸어둔 밧줄은 하루의 길이만큼 닳았다 훈장으로 새겨진 상처를 헤집고 전사들이 은빛 달 비린내를 몰고 온다 소금호수에서 걸어오는 낙타 속눈썹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에 자라던 무중력의 시간들 등 뒤를 따라오던 공백들은 한 번도 온순하게 불을 피운 적이 없다 나는 정작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박하냄새 나는 눈길을 맨발로 걷는다 길게 자란 송곳니가 덥석 목덜미를 물자 숲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집, 백색어사전, 장롱 黑-7/ 임봄 한때 살아 숨 쉬던 것들의 장례식이 날마다 다른 방식으로 치러진다 음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냉장 혹은 냉동되었던 식..

한줄 詩 2018.12.11

어린 겨울 - 이은심

어린 겨울 - 이은심 헌 와이셔츠 누렇게 절은 소매를 숭덩 잘라 입고 감자밥을 안치던 여름 지나 놉일로 받아온 고구마 자루를 윗목에 기대어 두고 입 큰 쌀독이 시래기죽을 멀겋게 끓였다 연탄을 세다 말고 헌 양말짝을 독하게 뭉쳐 불구멍을 틀어막는 입동 시린 뺨에 엎드리면 무던한 며느리 시름시름 앓듯 방바닥은 데워지다 말다 뚝 끊어져서 세상 따스한 것들에게 딱지처럼 나를 빌려주고 싶었는데 낡은 내복을 돌려입기하는 적빈이 일가붙이들을 몰고 와 북적대는 동안 여자도 남자도 아닌 엄마가 한 자 가웃한 봉창을 신문지로 겹겹 틀어막는 옆에는 버즘 핀 얼굴 여럿을 한 데 뭉쳐놓은 듯 아직 눈도 못 뗀 어린 겨울이 시중을 들고 오는 봄이 더 무서워 겨울이 길어지라고 우리는 괜히 동네 아이들에게 눈싸움을 걸었다 끼니를 훔..

한줄 詩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