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여인숙 - 김병심
입안에서 커지고 단단해지는 맛
젤리 같거나 날개를 가지기 전의 흰자 같은 맛
분홍의 감칠맛 쪽으로
혓바늘이 돋는다
예민한 입술과 입술의 대화
애무만으로 나누는 솔직한 대담
젖물이 목을 타고 내려오면, 눈물
겨워 독립인간이 될 수 있으니까
사막이거나 얼음이었거나 내가 핀다
고목 곁에서도
가로등 그늘에서
차 안에서
화장실에서
겨를 없이 꽃으로 터진다
내가 꽃이라서
꽃이 되는 입술로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이란
말랑말랑한 당신이 보채는 밤,
단단해진 밀어로 치고받는 깊은 맛에 닿으면
식물이었던 당신이 비로소 퇴화된 홀씨 하나로 남아
내 자궁 속의 수컷이라는 날개
첫사랑인 양 이미 쓰러져버린 칼잡이거나
꽃을 위해 할복을 기다리는 눈 먼 사무라이여
참지 못할 수컷의 발열이 분홍을 밀어내면
구멍마다 소문이 피어난다
봄날의 입맛이 다시 돌아왔으니 내가 핀다
내 자궁을 엿본 자의 목을 벨 시간이다
*시집, 몬스터 싸롱, 도서출판 각
사후강직을 위한 접촉의 기록 - 김병심
현기증은 너의 것, 손가락을 위한 연주를 하는 너를 골똘히 느끼며 독주를 끊을 수 없던 태어나고 자라는 너와 누항의 불가능한 거리, 청중의 밤.
돌기들은 침묵한 채 눈을 감고 현기증을 드나드네, 곤란한 음악을 단 한 사람이 듣는 밤, 침대 위의 수증기는 뜨거움에 대한 몸의 고함.
청중은 귀빈처럼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까, 난감하던 날들이 혁명을 동력이라고 장례의 절차를 묻네, 당신과의 접촉.
엄지로 다른 지방의 언어를 소집하여 곧추선 가락은 미친 개짖는 소리로 할딱이네, 가락은 리듬을 타고 자다가, 깨다가, 짊어지고, 버리는 노래를 부르네, 아픈 야만인의 흔적.
저승 문턱까지 가버린, 격렬하게, 부러질 듯, 쳐대는 피아노 독주, 너와 내가 기억하는 밤.
지네의 발끝으로 지느러미를 애무하던 절대수의 너와 나, 이름을 가린 대명사의 밤.
말세 이후 금세 멀리 떠나올 줄 몰랐네, 허밍만 트랙에 남은 별.
# 에로틱 하면서 쫄깃쫄깃 하다면 잘못 짚은 걸까. 몽환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지 못해도 할 수 없다. 내가 읽은 느낌은 치마를 걷어 올린 춘화도 속 여인의 아랫도리가 그리 외설스럽지 않다는 것, 때론 여자의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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