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 김경성 신당동 집 아래층 양복공장 실크로드에서 카펫을 짜던 사람이 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재봉틀 소리 사막으로 돌아갈 길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안개 걷히지 않은 새벽 여섯 시 낙타를 타고 먼길 떠나는 사람의 손끝 아린 비단 실 씨실 날실 그가 걸어갈 길의 무늬를 그린다 온종일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길 돌아보면 발자국은 바람에 지워져 있었다 밤새 짜던 카펫 속 길, 모퉁이에 앉아 마시는 박하차처럼 마음 끝에 걸리는 알싸한 실타래는 다음 날 새벽이 오도록 멈추지 않는다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봉틀 소리를 타고 실크로드를 걷는다 샹그릴라는 멀지 않다 *시집, 와온, 문학의전당 와온(臥溫) - 김경성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