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저문다 - 정우영
찔레꽃이 저문다 - 정우영 저 건너에서 한 사람 불러내라고 하면 누굴 꼽아야 할까. 어머니나 아버지? 아니면 할머니? 하지만 오늘밤 나는 불경스럽게도 저 곽산 떠도는 소월을 모셔와서는, 새로 나온 정미조의 개여울이나 실실, 함께 따라 부르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뭘 할 거냐고? 글쎄, 무슨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가만히 그이의 손바닥을 쓰다듬으며 그의 목숨에 찰랑거리는 물음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그런 밤이다. 찔레꽃이 와락 찾아와서는 한참을 숨죽여 흐느끼다 돌아갔다. *시집, 활에 기대다, 반걸음 까막눈 - 정우영 마흔아홉에서 쉰으로 넘어가야 하는 곡절 앞에 너는 서 있다. 한끝은 끝이 아니면서도 다시 끝이다. 더 이상 읽을 수 있는 책력이 없다. 이 쓰디쓴 긴장 속에서 너는 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