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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상여를 타고 - 김점용

앙상한 상여를 타고 - 김점용 -꿈 18 흰옷을 입은 할머니들이 사람들의 묘를 파헤친다 이장(移葬)을 위해서다 내 키 두 배 정도 높이의 거대한 돌무덤이 여럿 보인다 돌무덤 중간쯤에 이장한 시신이 있다 살점이 으깨어져 나올까 봐 돌 틈 사이마다 흰 회칠을 발라놓았다 내가 높은 가마를 타고 돌무덤 사이를 지나간다 회칠한 부분이 내 발에 닿는다 난 질겁을 하고 비명을 지른다 연기가 자욱하다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난다 내가 탄 가마는 종이꽃이 다 떨어진, 앙상한 상여다 부음이 올까, 시골 어머니께 여쭈었더니 내가 흰옷을 입었더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흰옷을 입고 가마를 타면 죽는 꿈이고 상여를 보면 좋다고 하면서 아버지 산소에 한번 다녀가라고 하셨다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문학..

한줄 詩 2018.11.29

사막에서 - 백성민

사막에서 - 백성민 사막에는 언제나 비가 내린다 바다의 깊은 한숨이 토해 놓은 통증 같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비는, 초록빛 물감처럼 강물 한 줄기를 만들고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 언덕의 낮은 곳에 다다르기도 전 신기루의 형상 같은 꽃 한 송이 피었다 지게 한다 권태의 극에 달한 익숙함이 부르는 저 경계의 끝 어둠과 빛이 만나는 것은 평면의 세계가 보여주는 마지막 유희일 뿐, 사막에는 천 년에 한 번, 혹은 만 년에 한 번 메마른 바람과 햇살이 광속의 질주 음으로 스쳐간다 언제였던가? 방울뱀의 소리는 전설의 투사가 내는 비명으로 흩어지고 그림자 없는 발걸음이 어둠의 기둥으로 서있던 무변의 시간 속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은 거대한 구릉을 만들고 저마다 지고 온 물혹 하나씩을 떼어 동그란 몸을 말아 ..

한줄 詩 201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