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상여를 타고 - 김점용 -꿈 18 흰옷을 입은 할머니들이 사람들의 묘를 파헤친다 이장(移葬)을 위해서다 내 키 두 배 정도 높이의 거대한 돌무덤이 여럿 보인다 돌무덤 중간쯤에 이장한 시신이 있다 살점이 으깨어져 나올까 봐 돌 틈 사이마다 흰 회칠을 발라놓았다 내가 높은 가마를 타고 돌무덤 사이를 지나간다 회칠한 부분이 내 발에 닿는다 난 질겁을 하고 비명을 지른다 연기가 자욱하다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난다 내가 탄 가마는 종이꽃이 다 떨어진, 앙상한 상여다 부음이 올까, 시골 어머니께 여쭈었더니 내가 흰옷을 입었더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흰옷을 입고 가마를 타면 죽는 꿈이고 상여를 보면 좋다고 하면서 아버지 산소에 한번 다녀가라고 하셨다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