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이력서 - 서화성 봄날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내 고향은 어느 먼지가 뿌연 두메산골인지 무소식을 짊어진 우체부가 사라지는 어느 골목길인지 서너 달 걸려 소독차 꽁무니를 쫓아갔던 그날부터일까 아래 이장집 굴뚝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저녁 무렵인지 고구마를 굽는다며 얼굴까지 타버린 그날인지 막차가 떠난 밤길을 걸어서 왔던 어느 논두렁인지 건넛마을에 마실 간 엄마가 돌아왔던 달빛부터일까 까까머리에 가슴을 움켜쥐고 여학교를 지나갔던 시절인지 모캣불을 피우며 떨리던 손을 잡았던 그날인지 읍내 제일 큰 빵집에서 미팅한 오월부터 시작일까 이브 날에 걸었던 어느 키가 커버린 철둑길인지 코스모스가 뜬눈으로 설레게 한 어느 가을날인지 밤새 새끼손가락을 걸었던 첫눈이 내린 산동네인지 답장을 기다리며 꾹꾹 눌러 쓴 밤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