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視力), 또는 바코드 - 강시현 새벽에 널 안아 주고 오길 잘했다 거친 열대의 밤이 흘러갔다는 것을 내 몸에 무수히 박힌 숨구멍의 눈들이 모두 목격했다 오후의 깃발을 구청 공무원이 거둬 갔는지 바코드의 바람은 물컹해졌다 최신 가요와 술병이 나사처럼 조여진 유흥가의 흥취는 밝아 왔고 무연분묘의 헝클어진 뗏장처럼 네온사인이 뒷골목에 투숙했다 꿈이 없어 음악이나 하고 싶다고 노래방 주인은 흥얼거리며 빈 맥주병 박스를 쌓는다 경계 밖에선 누구나 무모함의 주먹을 쥐고 흔들었으나, 간절함이 사라진 거리에 이내 세금이 매겨지고 감시 카메라의 눈알이 불거졌다 첨벙대던 약속들, 그 불발의 결과물이 모여서 바코드 숲이 바람에 나부꼈다 애초에 약속 같은 건 없었고, 때 묻은 절망이 희망을 곁눈질하는 사이 노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