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근진 - 심재휘 오래전에 철거된 무허가 소주집은 경포 해변의 끝이었다 이름이 없고 사방이 유리창이어서 그냥 유리집이었다 한뼘 더 변두리인 사근진이 잘 보였다 경포에서 북쪽으로 지척인 사근진은 불 속에 침묵을 넣고 그릇을 만든다는 사기 장수의 나무 여름 해변의 가장자리에 놓여 경포도 아니고 그 너머도 아닌 가을의 변방 이를 테면, 추워져서 우리는 유리집에서 소주를 마셨던 것인데 할 말이 없어지면 겨울 사근진은 파도 소리를 데리고 유리집에 조금 더 가까이 왔다 유리집이 사라져도 사근진은 남아 사근진이 없다면 말없이 조금 먼 곳을 바라볼 경포도 없을 것이다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창비 어떤 면접 - 심재휘 두명의 입학사정관 앞에 혼자 앉은 그는 문경에서 어제 저녁차로 올라왔다 한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