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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 허한전

마루안 2019. 7. 17. 19:22

 

 

 

해부학 책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이렇게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대만 츠지 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허한전(何翰蓁) 교수다. 츠지대는 대만 중부지방에 위치한 화련에 있는 대학으로 역사는 길지 않으나 의과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저자와 그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한문 표기를 봤다. 대만의 한자가 중국 본토에서 쓰는 간체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한자와 비슷해서 읽기가 수월하다. 츠지대학(慈濟大學)에는 사랑으로 구제한다는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불교 냄새가 풍긴다.

츠지대학은 자제회(慈濟會)라는 불교재단이 설립한 학교로 대만 최고의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허한전 교수의 이름도 한문 풀이를 해보면 이름에서 사람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 좋은 책을 읽은 뒤가 이렇게 대학에서 저자의 이름까지 풀이(?)를 한다.

그만큼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단순한 해부학 지식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인문학적 접근이다.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분야를 아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을 세세히 알려준다.

이런 교수 밑에서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틀림없이 좋은 의사가 될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누구든 사고와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살면서 의사를 대면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직업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댜. 그러나 주변에 함량 미달의 양아치 의사가 의외로 많다. 내가 경험한 어떤 의사도 자질과 인성이 의심스러웠다. 의사도 사람인데 의무와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단 신성한 직업이라는 마음을 늘 다짐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의대생들이 해부하는 일정을 다뤘다. 시신 기증을 약속한 사람이 사망하면 방부처리를 했다가 실습 시간에 꺼내 해부를 한다. 저자와 학생들은 커대버를 시신 스승이라 부른다.

자신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는 시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한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했으니 나중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이다.

저자는 해부에 들어가기 전에 시신 스승의 가족을 찾아가 인사를 한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이런 인연으로 가족과의 유대 관계가 돈독해진다. 몇 달 후 모든 해부 실습이 끝나면 시신 스승 가족을 모시고 함께 제를 모시고 작별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이다. 이런 과정뿐 아니라 책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방부 처리와 보존 방법, 해부 순서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해부학 실습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읽을수록 흥미로웠다.

저자는 동물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여성이다. 여성이 해부학 실습을 주도하며 예비 의사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저자의 진정한 가르침은 꼼꼼한 해부학 실습뿐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인성을 중시하는 이런 교수가 참으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