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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아누 파르타넨

얼마전에 영국 런던의 주택가 정원에 느닷없이 시신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비행기 객실에서 추락한 것이 아니라 착륙장치에 몰래 숨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떨어진 것이다. 그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몇 번 있었는데 그들도 착륙장치에 숨어 있다 떨어졌다. 도시에 떨어졌으니 발견 되었지 만약 산악 지대나 망망대해 바다에 떨어졌으면 이런 일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비슷한 밀입국 시도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미국은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다. 여행을 하려고 해도 미국은 가장 비자 받기가 까다로운 나라다. 광대한 멕시코와의 국경에 철책을 둘러 감시하고 툭 하면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미국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네줄 冊 2019.07.07

골목 도쿄 - 공태희

도쿄를 두 번밖에 가보지 못한 내가 단번에 사랑하게 된 책이다. 명소를 돌아보는 여행이 아닌 뒷골목 탐방에 훨씬 관심이 많은 나로써는 딱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다. 도쿄 뿐인가. 런던, 더블린, 빠리, 리스본도 관광 명소보다 뒷골목이 내겐 더 매력적이었다. 원래 걷기를 좋아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걷기 여행에 한참 빠져 있다. 언제나 여행을 꿈꾸지만 훌쩍 떠날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 대신 이런 책으로 대리 만족을 하는 일이 늘었다. 서점에서 도쿄 골목이라는 제목에 꽂혀 저자 약력부터 봤다. 나를 닮은 사람의 책일수록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 B급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B급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는 프로필이 마음에 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여행을 하는 나에 비해 저자의 여행이 다소 요란해 보이..

네줄 冊 2019.07.03

사진 찍기 좋은 날 - 김애리샤

사진 찍기 좋은 날 - 김애리샤 아버지는 고장 난 라디오 더 이상 맑은 노랫소리 내보내지 못한다 모든 주파수가 흐려져 중심을 잃었다 장마가 시작됐다고 일기예보는 호들갑 떨었지만 오늘은 사진 찍기 좋은 날 볕 좋은 초여름 한켠에 몸을 밀어 넣고 나들이 간다 휠체어 바큇살 사이로 넘쳐 흐르는 은빛 축복들은 돌아오는 여름마다 탐스런 꽃을 피워내는 사소함으로 아버지 다리 어루만진다 몽실몽실 수줍게 피어오른 수국 엷은 미소처럼 어릴 적 할머니가 쪄 주시던 뽀오얀 밀가루 빵처럼 포송포송 부풀어 올라 기쁜 사진 한 장 찍고 쪼그라든 마음 한 가득 초여름 바람도 불어 넣었다 아버지가 살아 온 인생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 건져 올리고 찍어내어 우주 끝까지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기억들을 너무 오랫..

한줄 詩 2019.07.03

모래내 밤 - 신동호​

모래내 밤 - 신동호 ​ 창살이 오히려 그대의 자유를 묶는다면 아침 햇살에 눈 뜰 수 없구나, 봄날 때때로 바람만 서늘히 뒤척이는 그대 이부자리를 비집는가 헤진 바람이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는가 언덕을 오를 때부터 산비탈을 구른 바람이 모래언덕이었다고 말해준다, 모래내 한때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데 사랑이었노라고 바로 그게 모래언덕인가 차라리 슬프다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햇살은 들었는가 아침인데 어둔 그림자 아직 그대의 추억은 느린 걸음 기다린다는 것은 닫힌 창. 미안하다 모래내 밤은 저 홀로 깊어 잦아든다 그대 오늘 꿈꾸고 싶은 미래처럼 아무래도 올 것 같지 않던 아침처럼 이부자리 코 내밀고 쉬고 싶은 고향 생각처럼 어느 날 그대의 잠을 깨운 전화벨처럼 사랑은 어쩌면 다른 곳에 상처를 남기는..

한줄 詩 201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