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당신이 사준 그리움 - 정영

마루안 2019. 7. 19. 19:51



당신이 사준 그리움 - 정영



밤마다 터트리는 폭죽
당신이 사준 것


삶은 한움큼씩 거품을 낳고
아가들은 거품처럼 사라져
파도에게 아프게 사는 법을 배웠네


당신이 사준 불꽃이 침을 탁 뱉고 말하네
사랑은 타고 없어라


나는 당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백야에 눈만 끔벅이지


퀭한 눈으로 문을 거네, 사람들은


텅 빈 거리에서 책장을 넘기는 바람이
내 혀를 목구멍까지 말아넣으며 말하네
사랑은 가엾어라


밤마다 터지는 폭죽
지금은 사라진 내 그림자
당신이 사준 것



*시집, 평일의 고해, 창비








화대 - 정영



하늘에게 두 눈을 주어
땅에 발 디디니
밥 얻어먹고 산다


해가
나무에게로 와
새가 내게 그늘을 드리우니
내 그늘은 웃다가 울음이 되어
이승의 품에 안긴다


강물이
물 건너는 노인의 몸을 닦는다


꽃아, 나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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