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감동은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감정이다. 물론 공감이 가야 감동을 할 것이다. 이 시집은 둘 다 해당된다. 내 일방적 주장이다.
김태완 시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전업으로 시를 쓰며 먹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이 시인도 전업 작가는 아니다.
아마 전업이었다면 이미 굶어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시 읽는 사람보다 시 쓰는 사람이 더 많다. 안 쓰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누가 시켜서 쓰는 시라면 얼마나 고역일까. 무슨 인연 때문인지 이 시인의 시집을 모두 읽었다. <다음이 온다>는 다섯 번째 시집이다.
낮은 곳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첫 번째 시집부터 초지일관이다. 이 시인도 시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팔자를 타고 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집에도 여전히 공감 가는 시가 오래 마음을 붙잡는다. 행복이 뭐 별건가. 코로나로 엉망이 된 일상이 원상복귀하려면 요원하지만 이런 시를 읽으며 위안을 받는다.
시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이 시인의 정체성을 감지한 시가 보인다. 눈이 부시게 좋은 이 계절에 마음 가는 시를 한 편쯤 음미한다면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
청춘 1 - 김태완
끝이 정해진 그리운 한때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알고 있어서 지나간 봄의 또 다른 이름
내가 작곡한 선율에 몸을 기대어 노래가 되는 공정을 지나
오래된 이야기가 작사되는 먼 훗날의 완성작
청춘이 구슬픈 역설의 아픔은
푸르지 않은 한밤의 꿈처럼 속절없이 지나가는 내가 모르는 계절
그 시절의 응어리가 온통 내 생을 주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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