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 무릎에 앉아 - 류흔

마루안 2022. 5. 12. 21:28

 

 

내 무릎에 앉아 - 류흔

 

 

내 무릎에 어머니가 앉아 토닥

토닥 등을 두드린다

하나의 종(種)으로써 관조할 거야

전반적으로 조용하던 밤이 부스럭댄다 죽지 말라고,

솔직히 어머니가 죽지 않았으면 한다

밤을 눈물 쪽으로 옮긴다

새벽이 되어 흐르는 방울을 보라

너도밤나무처럼 다년생 슬픔들이 돋아있다

나도 그러하냐?

미량의 관능도 용서치 않을 거야

정직한 신음은 정상위에서 흘러나오지

나는 시험에 들었으므로 대학에 가서

미학을 배웠다 아름답고

다정한 원소(元素)를 골고루 나눠주었다

내 무릎에 애인들이 앉아서

셔츠 안으로 쓱 손가락을 넣어 젖꼭판을 슬

슬 문지를 때 나는

또 하나의 종을 염두에 두었다; 외부에서

내부로 탈출하는 우세한 감정의 무리들

저 온유한 쾌락을 무어라 명명하지?

시간은 콸콸 추억 깊은 계곡에서 흘러나와

다리 아래로 품위 없이 지나갔다

지금은 누군가 내 무릎에 앉아

제대로 등이나 갈겼는지 알 수 없다

 

 

*시집/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실

 

 

 

 

 

 

그것은 행복 - 류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문 박차듯 열어둔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의외로 절실하다

생각건대 그것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임이

자명하다

부탁이지만 재난지원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그것을 좀 나눠주면

고맙겠다

 

그것에 관한 한

나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나이 들어 빠르게 쪼그라들고

그럴수록 애인들은 보챈다

그들의 행복지수를 생각

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집을 팔았고

나는 맥주를 산다

그러나 시는 팔리지 않고

가난한 애인이 닦달한다

나는 애인들에게 팁을 줄 수 없으니

 

거친 그들을

한시바삐 해산시켜야 하리

대단히 고약한 결정이었으나 육탄

결사대 명단을 들고 나타난 사령관처럼

나는 대문 앞에 선다

이런 일이 벌어져 몹시 유감이지만

그것을 형성하기 위해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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