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에 출렁이다 - 박경희 툇마루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간간이 못 물결로 우는 소쩍새와 대나무 숲에서 휘청이는 파랑새 떨림이 내 안에 든다 뭉텅이로 앞산을 지나가는 산 그림자 참나무 숲도 무르팍 같은 큰 바위를 쓸고 간다 채반 가득 고사리 말라가고 늘어지게 하품하며 늙어가는 개밥 그릇에 박새가 여러번 왔다 간다 그런데 둘러봐도 사람이 없다 흙 묻은 고무신 한 켤레 댓돌 위에 앉아 있을 뿐, 다람쥐 자갈 밟는 소리에 넘어지는 햇살만 있을 뿐 어느 날 나는 사람이 아니다 *시집,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창비 폐염전 - 박경희 눈꺼풀 내려앉은 눈을 비비다가 숟가락이 밥을 놓쳤다 산고랑 볕 짧게 드는 곳에서나 문고리에 걸어둘 법한 휘어진 숟가락 한사코 제대로 넣어보겠다고 이 없는 굴로 퍼 나른다 퉁퉁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