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똥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진지하게 - 로즈 조지

마루안 2020. 5. 10. 21:33

 

 

 

흥미롭게 읽었고 내용 또한 참으로 유용한 책이다. 과연 내가 눈 똥이 어디로 가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똥은 더러운 것이라 가까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일상에서는 가능하면 똥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기 꺼려한다.

살기 위해서는 음식을 섭취해야 하듯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반드시 몸속을 거쳐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사람이 죽을 때면 곡기를 끊듯이 죽어야만 이 배설 행위 또한 멈출 수 있다. 초등학교 때 변소에서 나오는 예쁜 여선생님을 보고 잠시 실망했다.

저렇게 예쁜 사람도 똥을 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 또한 똥을 눈다. 이 책을 쓴 사람도 여자다. 우리 삶의 틈새에 자리한 소외된 주제들에 관심이 많은 저널리스트답게 오랜 기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화장실에 관한 명저를 남겼다.

읽기는 쉬우나 저자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발로 쓴 책이다. 런던의 하수구 밑을 답사하기도 했고 중국의 공중화장실과 인도에 가서 야외 배변 문제와 화장실 짓기 운동을 취재하기도 했다. 아프리카까지 가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득찬 화장실 분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은 1년에 약 35킬로그램의 대변과 500리터의 소변을 배출한다고 한다. 여자의 관점에서 봤기 때문이지 많이 먹는 성인은 이보다 훨씬 많은 대소변을 배출할 것이다. 더구나 그 대소변을 처리하기 위해 몇 배의 물을 소비한다.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 후 물 내리면 과연 끝일까. 예전에 농촌에서는 똥을 거름으로 사용했고 도시에서는 똥푸는 차량이 골목을 점령하기도 했다. 요즘은 똥을 거름으로 쓰는 농촌도 없고 개도 똥을 먹지 않는다. 되게 육류 소비가 늘면서 막대한 축산 분변이 쏟어져 나온다.

사람이 눈 똥이나 짐승이 눈 똥이나 환경 오염 때문에 하수 처리를 해서 강으로 내 보내는데 오물 정화에 쓰는 전력 소비가 엄청나다고 한다. 내가 편안히 변기에 앉아 똥을 누고 물을 내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지구에게 행복세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책 제목을 <똥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진지하게>라고 붙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책 제목으로는 그리 세련되게 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심각한 문제임을 공감한다. 똥은 죽음과 함께 가장 입에 올리기 꺼리는 단어다. 잘 먹고 잘 싸는 것, 중요한 일이라서 이 책이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