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시집을 구입하면서 호기심 가는 이 시집 제목이 눈에 띄었다. 들어본 적 없는 시인이라 그저 호기심이었다. 시인도 낯설지만 시집 제목으로는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았다. 간단한 약력에서 첫 시집임을 알았으나 제목이 성의 없게 보였다.
이런 제목을 정하기까지 시집 주인은 물론이고 출판사 당사자도 제목을 뭘로 정할까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을 것이다. 생애 첫 시집인데 시인은 또 얼마나 설렜겠는가. 그 설렘에 한심한 독자는 생뚱맞게 이런 딴지를 건다.
첫 장에 실린 <마지막에 대하여>를 읽으며 이 딴지걸이는 바로 무장해제 되면서 구입을 결정했다. 처음 만난 시인의 시 한 편 읽고 감동씩이나 하기에는 성급했으나 한 편씩 읽어가면서 든 생각은 '진짜가 나타났다'였다.
이 시인의 시가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내 맘대로의 느낌으로는 다소 뻑뻑하다고 할까. 그러나 단번에 입에 붙지 않던 싯구가 두 번째 읽으면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시든 여러 번 읽게 만드는 시가 좋은 시다.
두 번씩은 기본이고 다섯 번씩 읽은 시도 있다. 한가해서 그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대기하고 있는 책이 여럿이기에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그런데도 같은 시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많은 시를 읽기보다 좋은 시를 읽기 위해서다.
이정훈의 시는 시맛이 독특해서 처음 읽을 때 맛과 나중에 읽을 때 맛이 점점 달라진다. 쓴맛이었다가 감칠맛이 나고 아무맛도 안 나는 것처럼 맹숭맹숭한데 두 번째 세 번째에서 쓴맛이 우러나기도 한다. 시에서만 느끼는 삼킬 때 설레는 쓴맛을 아는가.
시인은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화물차 기사다. 시집에도 시인의 직업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가 여러 편 실렸다. 애초에 시인 될 생각은 없었는데 40 넘은 나이에 뒤늦게 민예총 아카데미에서 어느 시인의 시 창작 강의를 듣고 시를 공부했다.
이후 화물차 기사로 밥벌이를 하는 틈틈히 길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에로 등단했고 드디어 첫 시집이 나왔다. 노동자 시인이라고 하기엔 그의 시가 과격하지 않다. 그렇다고 말랑말랑한 시도 아니다.
서사성이 강하면서 무척 남성적이다. 그러고 보니 제목에 나오는 쏘가리와 호랑이 또한 활동성이 강한 동물이다. 한 번 읽어 금방 우러나지 않는 우직한 시가 많은 것도 시인의 정체성이다. 시인의 말 마지막 줄에 이런 문구가 있다. --황금물고기를 삼켰으니, 이제 가시를 뱉겠구나. 좋은 시인 하나 내 가슴에 담으며 다음 시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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