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의 시간 - 안태현 나는 여전히 숲을 통과하는 중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불타는 연두 속에 갇혀 있다 나무들이 술렁거릴 때마다 멀미가 일어서 마지막에 닿을 겨울 항구를 떠올리게 된다 숲은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려는 의지로 충만하다 부러지고 쓰러지는 고통을 무한하게 허용하는 세계 끌어안아야 하는 가슴들이 너무 많아서 바람 부는 밤엔 그림자들이 유령처럼 떠다니며 울어댄다 갈 곳을 찾아 헤맨다 아무것도 모의 한 바 없는 내 생도 거기에 있어서 나는 숲의 이면을 들추고 드나드는 모든 흔적을 일일이 기록하려는 근시처럼 기어서 기어이 간다 느리지만 빛나는 태도로 목이 달아난 꽃들을 줍기도 하면서 데인 듯이 한 시절을 지나간다 *시집, 저녁 무렵에 모자 달래기, 시로여는세상 어느 날 갈피 - 안태현 골목이 잘 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