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 우남정 화마가 고시원 쪽방에 잠든 노인을 삼켰다 술 취한 자동차가 버스 기다리던 청년을 들이받았다 노인이 치매인 91세 아내의 목을 졸랐다 한 여자는 전 남편의 칼날에 온몸을 찔린 채 주차장에 숨져 있었다 해일이 강타한 바닷가에 겁에 질린 여자가 울고 있었다 몇 놈이 악어에게 먹히는 동안 누 떼들이 핏빛 강을 건너고 있었다 먹방 프로에서는 한 세프가 아귀찜 비법을 떠들고 있었다 홈쇼핑에는 대박을 부추기는 경품 추첨이 한창이었다 꾹.. 꾹.. 꾹.. 채널이 돌아가고 있었다 저녁이 저물고 있다 다행이다 목숨 걸고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서 *시집/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문학의전당 굴헝 - 우남정 저녁이었다 덤불 속 별똥별이 떨어진 자리였을 것이다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