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개 같은 날들의 기록 - 김왕노 개 같은 날들을 기록하는 사내가 있다. 시골로 내려가 파초 이파리에 새파란 하늘 모서리에 허기지나 빈틈없는 정신으로 전심전력으로 개 같은 날이므로 세상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명아주 그림자처럼 흔들리다가 세상에 저런, 저런 하다가 인간 말종들이라 하다가 그는 한 몸이 된 듯 앉은 의자에서 개 같은 날을 기록한다. 청무 굵어갈 때 논병아리 우는 날에도 기록한다.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는 개 같은 놈 자신도 언젠가 반드시 피눈물 흘리게 될 것이라며 내 울던 골에 너도 울게 될 거라며 벼가 끝없이 물결치는 벌판 위에다 모호한 안개에다 소쩍새 울음 위에 경칩이 뜨거운 울음 속에 개 같은 날을 천천히 기록하는 것이다. 잉크 같은 가슴에 펜을 푹 담갔다가 기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