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할 수 없는 한순간 - 김이하 아침에 한 사내가 죽었다는 기별이 왔다 간밤엔 그가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는, 이 땅덩이가 움찔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는구나, 마음 끝자락 하나 기댈 수 없어 가는구나 싶어 한없이 우울한 가을빛이 창을 가득 메운다 저 푸른 하늘은 왜, 쓸쓸한가 가슴 깊은 곳의 눈물까지 길어 올리는가 퍼렇게 멍든 마음들 하나의 바람으로 꺽꺽 울며 외치는 시위(示威)구나 싶은데 살고 싶어 죽을 만큼 소리치는 아우성이라 하고 싶은데 혹은 개새끼라 욕하는 울근불근 악다구니라 하고 싶은데 이젠 찬 기운 스미는 방문을 열고 거리로 나설 힘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스러질 것인가, 소멸을 준비해야 하는가 가슴에 새긴 바람은 너무나 뚜렷한데, 더욱 뚜렷해지는데 버티고 서 있어야 할 힘은 겨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