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 전영관 지금 3월을 생각한다는 것은 미리 달려가 권태라는 벌을 받는 일 등마다 서릿발 무늬를 짊어진 겨울의 유민이 되어 봄 제국 앞에 입국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동창의 불행을 소문내는 척 애틋하게 혹한을 설명하는 기상 캐스터의 짧은 원피스에서 이물감이 올라온다 불 꺼진 난로라도 보는 순간 손부터 꺼내는 습관을 잊을 때쯤 3월이 스민다 혼음하듯 외투에 매달린 악취들에서 번다함을 느낀다 한쪽으로 닳은 뒤축에서 생계의 편벽(便辟)을 동정한다 지난 달력의 기념일들을 옮기다가 꽃 따위에 대한 기대도 없이 3월에서 멈췄다 그날들을 더이상 표기하지 않을 때 소멸을 생각한다 버스에 탑승한 이상 언젠가는 하차해야만 한다 쌓아놓았던 나이를 다 뜯어먹은 노인마냥 폐허를 경유한 사람은 수긍의 기술을 안다 노숙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