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몰연대를 적다 - 안채영 뒤따라오는 운구차가 백미러 속으로 따라온다 사인(死因)으로 반사된 아침 해가 한동안 같이 따라왔다 사거리를 따라오고 다리를 건너오고 휘어진 길에서 잠시 투명한 반사를 벋어나자 이내 다시 나타나며 따라오는 운구차 화장장 표지판이 나타나고 당신이 지금부터 지나갈 자리는 이젠 불길이라고 붉은 아침 해 속으로 휩싸인다. 보자기에 싸인 따뜻한 우주를 들고 보면 진화가 멈춘, 진공 행성 공기를 다 뺀 유골함은 지지부진했던 하나의 우주다 물이었다가 불이었다가 작은 바람에도 날릴 것이지만 납골장 안 칸칸을 채우고 있는 둥근 행성들은 제각각 다른 생몰연대를 갖고 있다 그깟 우주 쯤 흐려지는 일은 빈번하고 사람들은 모두 무표정한 표정으로 둥둥 떠 있다 떨어진 혀들은 여전히 밀봉해두기로 한다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