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시계 - 이상원 세상에서 퇴출된 내가 아직 거기 근무 중인 당신과 통화를 한다. 멈추거나 뒷걸음질하는 건 죽음이에요. 분리대를 넘기 전엔 속도를 맞춰가며 앞으로만 가야 해요. 나는 시간의 굴곡을 걸어서 온 사람, 바퀴들의 언어를 알 수도 없었고 지나가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길을 이미 아는 까닭에 북극으로 떠날 채비를 서둘러야 했다. 돌아보지 마세요. 환영(幻影)에 집착하는 눈알들은 도태되고 말거에요. 애당초 눈먼 내게 뒤돌아볼 거울일 있을 리가 없지만, 회춘을 꿈꾸는 누구도 복원의 시점을 대답할 수 없으므로, 하느님의 시계가 거꾸로 돌지 않는다는 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앞서간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퀴들의 영역을 벗어나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산기슭에 접어들자 무수한 발자국의 지문이 화석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