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우울 - 박순호 자궁 안에서는 우울마저 따듯했다라고 아직 영글지 못한 그늘 아늑했다라고 쓴, 작위적인 너무나 비극적인 근황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양수가 터지기 전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다 그것이 핏줄을 붙잡고 기웃거릴 거라고 내가 가진 높이를 휘감아 오를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것은 하나의 행성을 닮았다는 천문학자의 말 외계생물 같다는 과학자의 말 뿔 달린 귀신이라는 무당의 말 강박증이 가지를 쳤다는 심리학자의 말 그러나 나는 충분히 우울했으므로 주석 따위는 달지 않았다 까마귀가 앉았다 떠난 나뭇가지 검은 깃털이 걸려 있다 우울을 가꾸던 검은 사제 검은 사체들 두서없이 쌓이는 저 막막함! *시집/ 너의 은유가 나를 집어 삼킬 때/ 문학의전당 애도하는 삶 - 박순호 물 위에 쓴 일기는 멀리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