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먼저 떠나는 나를 보내는 일 - 김재덕 어금니 하나를 또 뽑았습니다. 오래 흔들리던 놈 아프게 버티다 슬그머니 뿌리를 놓더군요. 지난 몇 년 열 몇 개 시간이 뽑히고 볼트가 박혔습니다. 지나간 사랑처럼 몇몇의 내가 가고 녹슬지 않는 타인이 나를 지키는 셈이지요. 어금니들은 내 손으로 다 뽑았습니다. 아픔을 진통제로 달래고 기다리다 제 발로 일어설 때 헤어졌지요. 헤어지니 아픔도 사라졌지만 떠난 자리는 늘 깊더군요. 오래 참다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싶었습니다. 작약 몇 송이 저뭅니다. 붉은 잎 이지러지고 발 아래 먼저 떠난 봄들 낭자하네요. 다들 그렇게 떠나나 봅니다. 단단한 것들을 앞세워 보내며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갑니다. 먼저 떠난 것들이 조금씩 떠나오는 나를 보겠죠. 단단한 눈빛으로.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