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저쪽 - 김석일
자신의 나이는 까맣게 까먹고
죽음을 남의 일로 치부하는
참 철없는 중늙은이들이
욕심 꿈틀대는 희망을 나눈다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고향 선산이 개발될 것 같다고
수입 영양제가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못마땅한 친구가 삐딱하게 한마디 했다
— 야 그래봤자 십 년 이쪽저쪽이야 짜샤
의아하게 쳐다보는 화상들에게 덧붙였다
— 십 년 이쪽이면 80이고 저쪽이면 90이야
헛소리들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아
십 년을 앞뒤로 헤아려보던 중늙은이들
멀뚱멀뚱 뿌연 눈동자를 굴린다
*시집/ 울컥하다는 말/ 북인
상처가 된 말 7 - 김석일
— 아무래도 나는 고독사를 하겠지!
슬픈 표정의 자조섞인 그의 말을
그냥 듣기만 하면 좋았을 걸
— 그럼 너 죽으면 호상이라도 치를 줄 알았냐?
술김에 농처럼 툭 던진 말이련만
악담 같은 비아냥으로 들렸으리라
푹 꺼진 그의 눈자위가 더 깊고 검다
두 번의 실패와 이별
다행히 아이들은 각각 어미를 따라걌다
남매는 미국으로 한 아이는 일본으로
허름하게 찌든 사글세 단칸방
늙어가는 그의 일상은 불편한 화제거리다
금수저 팔아 흙수저 산 지 오래이다
습관처럼 아무 술자리나 끼어드는 그를
굳이 탓하는 사람도 반기는 사람도 없다
이제 더 구겨질 자존심도 없으련만
이따금, 그의 표정에 분노 같은 슬픔이 스친다
# 김석일 시인은 1949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계간 <한국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늙은 아들>, <평택향>, <연화장 손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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