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래된 세균 - 조숙

마루안 2022. 8. 19. 22:11

 

 

오래된 세균 - 조숙

 

 

세계가 위험할수록

안전한 것을 찾는 비루한 하루

 

세균이 밀가루를 먹고 변화시킨 발효빵

효모가 쌀을 먹고 만들어낸 막걸리

시간을 오래 들여

세균이 남긴 것을 얻어먹는다

 

바이러스 매개체 인간이 되어

집안에 갇힌 채

효모가

먹걸리 만드는 소리를 들으면

속도와 팽창으로 무리 지어 내달리던 시간은

천천히 발효되어 생각 속으로 들어오고

 

오래된 세균처럼

무언가를 변화시켜 안전하게 하는 것

배 불리기 위해 비루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런 것을 꿈꾸게 된다

 

 

*시집/ 문어의 사생활/ 연두출판사

 

 

 

 

 

 

몸 - 조숙

 

 

나이들수록 내 몸이 좋다

몸은 아직 움직이고 있다

몇 군데 원할하지 않지만

혼자 움직일 수 있다

 

아직은 따뜻하다

멀리 갈 수 있다

바람을 느끼고 걸을 수 있다

피부로 햇볕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가 있어서 씹을 수 있고

맛을 느끼는 감각이 있다

 

자다가 내 콧소리에 깜짝 깨기도  하고

발목을 다치지 않으려고

계단 손잡이를 잡지만

신나는 날은 가볍게 뛰기도 한다

기분이 좋으면 몸을 흔들기도 한다

 

나는 오래 쓴 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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